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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과 바다를 품은 오소록한 농촌 마을 '감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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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과 바다를 품은 오소록한 농촌 마을 '감산리'
  • 승인 2019.06.1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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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 ‘요리보고 조리보고’(1)
▲ 감산리 마을 풍경. 서진=제주관광공사.
▲ 감산리 마을 풍경. 서진=제주관광공사.

 감귤이 있는 산 감산(柑山). 고려 때부터 감귤을 재배하기 시작해 마을 이름이 ‘감산’이 되었다는 감산리는 사계절 물이 흐르는 감산천(창고천)과 빼어난 풍광의 안덕계곡, 반달을 닮은 월라봉을 품고 내려와 넓은 바다와 접해있는 마을이다.

 샘물을 가진 덕에 쉽게 마을이 형성되었고, 바다를 끼고 있음에도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기에 제주의 감귤재배 문화를 원형에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겨울을 기다리는 귤밭과 비탈진 언덕을 열심히 오르는 탈탈이, 그리고 귤밭 사이사이 보이는 저장창고와 오소록한 집들. 제주의 작은 마을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감산리의 여섯 가지 숨겨진 보물을 추천한다.

▲ 통물. 사진=제주관광공사.
▲ 통물. 사진=제주관광공사.

 샘을 중심으로 마을이 생기다 - 통물

 예부터 땅이 물을 가두지 못하는 제주에서 살기 좋은 땅이란 물이 솟아나는 샘을 갖고 있는 마을이었다. 용천수가 솟는 바닷가 마을이 아님에도 식수로 사용되는 샘이 있어 아주 이른 시기에 마을을 이뤘다고 전해지는 감산(柑山)리. 마을의 샘인 통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며 마을이 형성되었고, 이밖에도 양지소먹는물, 도고샘, 고콤밧 등 주민들이 직접 식수로 쓰던 물을 비롯해 용천수가 흐르는 곳이 무려 십여 곳이 넘었다. 이렇게 살기 좋은 곳에 모인 사람들은 본향당을 세워 신앙을 함께 하며 마을을 유지해나갔다.

 감산리는 일주도로를 중심으로 집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윗동네와 안덕계곡을 지나 박수기정에 걸쳐 길게 형성되어 있는 마을이다. 바다를 끼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 대부분은 어업이 아닌 농업에 종사해왔다. 감산리 복지회관을 중심으로 오밀조밀 모인 마을을 걷다보면 낮은 돌담 안에 심어진 감귤나무와 살림집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제주에서 흔치 않은 비탈진 길을 올라가는 탈탈이 트럭도 마주칠 수 있다. 복지회관길을 따라 500미터 정도 걷다보면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그 옛날 마을의 생명수였던 통물이 여전히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 안덕계곡. 사진=제주관광공사.
▲ 안덕계곡. 사진=제주관광공사.

 기이하고 깊어 경이로운 계곡 - 안덕계곡 기암절벽

 깊은 계곡과 울창하게 우거진 숲. 드라마 <구가의 서> 촬영장소로 알려진 안덕계곡은 과거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할 만큼 유명한 제주 10대 관광지였다. 이후 무료로 전환되고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게 되면서 과거에 비해 사람 발길이 많이 줄어들어 훨씬 원시에 가까워졌다.

 안덕계곡 산책로는 느린 걸음으로 왕복 1시간이면 충분히 볼 수 있는 거리지만 바위가 많아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상록수림지대에는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가 있고, 솔잎란, 지네발란 등 희귀식물 등 300여종이 넘는 수종이 자생하고 있다. 계곡에 들어선 지 10분 만에 만나는 기암절벽은 압도당할 만큼 거대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짙은 숲 속으로 떨어지는 햇살이 계곡물에 닿는 광경은 사진으로 담아두기에 더없이 좋다.

▲ 안덕계곡. 사진=제주관광공사.
▲ 안덕계곡. 사진=제주관광공사.

 계곡 중간 절벽 위쪽에 나무들이 엉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4·3 당시에는 양쪽 절벽에서 자란 나무가 반대편까지 연결되어 그 위로 사람들이 건너다녔다고 전해진다. 물이 풍부해 계곡 옆에는 다양한 종류의 양치식물도 자라나고 각종 생명체의 서식지가 되는 등 생태적 가치가 높다.

▲ 육박나무. 사진=제주관광공사.
▲ 육박나무. 사진=제주관광공사.

 바위를 안아준 나무의 오랜 우정 - 양재소 육박나무

 절벽 틈 사이에 뿌리를 내려 자라기 시작한 육박나무는 옆으로 기운 채 뿌리로 몸을 지탱하며 물가를 향해 수평으로 뻗어나가 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꼿꼿이 살아남으려는 나무의 모습을 수백 년 동안 보아온 바위. 바위가 단단하게 잡아주지 않았다면 나무는 뽑혀버렸을 것이고, 나무가 바위를 너무 단단하게 붙잡았다면 함께 바스러져 계곡으로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육박나무와 바위는 그 긴장 속에서 매서운 바람과 태풍과 혹한을 견디며 단단해지고, 마치 하나의 몸이 된 것처럼 우정을 켜켜이 쌓아왔다.

 나무껍질이 육박으로 벗겨져 군인의 얼룩무늬 군복을 닮은 육박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안덕계곡의 양재소로 안덕계곡 산책로 끝 쪽에 있다. 재물을 기른다는 뜻의 양재소는 길이가 80미터, 폭이 4미터, 깊이가 25~30미터인 저류지로 벼농사를 짓는 물을 대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이곳에는 무태뱀장어와 참게 등이 서식한다고 하는데 계곡 안쪽 산책길을 따라 와도 되고, 차를 타고 가다 양재소 근처에 멈추어 잠시 계곡 밑으로 내려가도 된다.

▲ 반딧불이 탐방로. 사진=제주관광공사.
▲ 반딧불이 탐방로. 사진=제주관광공사.

 깊은 숲길을 유영하는 작은 별똥별 - 반딧불이 탐방로

 도심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반딧불이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유니콘 같은 것이거나 어쩌면 평생 볼 확률이 없는 바오밥나무 같은 것이다. 하지만, 감산마을에 온다면 그 상상은 현실이 된다.

 6월 중순 이후부터 장마인 7월 중순까지는 운문산 반딧불이가, 추석이 지난 이후 9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는 늦반딧불이가 감산리 반딧불이 탐방로의 밤에 밝은 빛을 수놓는다고 한다. 반딧불이는 유충상태에서 6개월 정도를 지내는데 이때 집달팽이나 다슬기 같은 것을 먹이로 삼는다. 탐방로에 걸쳐있는 내천이나 물이 고인 임금내는 반딧불이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이 기간 동안에는 탐방로부터 임금내까지 걸쳐 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탐방로에 가려면 안덕계곡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서안골로 방향으로 500미터 정도 내려간 뒤 양 갈래길에서 왼쪽 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그 아래로 임금내까지 펼쳐진 5~600미터까지가 탐방로이다. 마을길이라 차를 세울 곳이 없으며 일대가 현재 공사 중이라 걸어서 가는 것이 좋다. 야간 도보인 만큼 2인 이상 동행,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 월라봉. 사진=제주관광공사.
▲ 월라봉. 사진=제주관광공사.

 감산마을에 뜬 아름다운 반달 - 월라봉

 반달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월라봉, 또 허리띠를 두른 모습이어서 띠대봉, 목화 열매를 닮아 더래(다래)오름이라고 불리는 오름. 안덕계곡 아래에 위치한 월라봉은 오색토가 유명한데 주민들은 이 흙을 건축물을 만들 때 사용했다고 한다. 이 오름의 남쪽 끝은 바다를 향한 절벽으로 ‘박수기정’이라고 불린다.

 월라봉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반딧불이 탐방로를 따라가는 길. 반딧불이 탐방로 끝에 임금천이라고 불리는 임금내가 있는데 이곳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 올라가면 올레 9코스와 만난다. 진행 방향으로 왼쪽에 보이는 오름이 월라봉인데 올레 9코스를 따라 40분 정도 걸으면 정상에 다다른다. 높이는 201미터로 높지는 않고, 흙길과 데크로 정리해놓은 길이 섞여 있지만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 월라봉. 사진=제주관광공사.
▲ 월라봉 임금내와 다리. 사진=제주관광공사.

 월라봉에는 태평양 전쟁 당시 송악산으로 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함포를 설치해놓은 굴과 진지동굴이 있어 제주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새겨볼 수 있다. 정상에 올라가면 한경면 고산에서부터 모슬포, 송악산을 거쳐 서귀포 일대까지 볼 수 있다.

 ‘수고했어 오늘도’ 주민들을 토닥이는 동네 쉼터 - 우리가든

 밭에서 일하다가 잠시 들러 점심을 먹을 때, 고단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삼겹살을 먹거나 동네잔치 때마다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곳. 동네 맛집인 우리가든은 감산리 주민들이 자주가는 식당이다. 마을 사람들이 늘 모이다보니 이곳에서 정보가 교류되고 동네 소식을 알게 된다. 마을 주민들이 끼니도 해결하고 쉬기도 하고 친목도 다지는, 진정한 동네 쉼터인 셈이다.

▲ 감산리 우리가든. 사진=제주관광공사.
▲ 감산리 우리가든. 사진=제주관광공사.

 일주도로 도로변에 위치한 우리가든은 일반 한정식, 옥돔구이 등을 비롯해 갈비, 목살, 삼겹살 등 육류도 판매한다. 인심만큼 푸짐한 밥상이 차려져 나오는 정식, 돼지고기의 쫀득함과 아삭한 콩나물의 조화가 입맛을 돋우는 두루치기도 좋다. 가격 부담되는 관광지 맛집보다 마을의 인심을 느껴보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 특히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 기타와 색소폰, 키보드를 연주하며 마을의 흥과 예술을 담당하기도 하는 식당 주인 부부의 손맛을 보는 즐거움이 이곳에 있다.

 ※ 감산 우리가든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 1558.   매주 일요일 휴무.  T. 064-794-6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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