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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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 승인 2021.01.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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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원시적인 바퀴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서울=뉴스1) 조성관 작가 = 라면 점심이 지겨워졌다. 날씨가 추워지니 칼칼한 버섯칼국수가 당겼다. 상가 슈퍼마켓으로 갔다.

 인도를 걷는데, 네다섯 살 되어 보이는 아이 두 명이 내 옆을 싱~ 하고 지나간다. 싱싱카 위에 올라탄 아이들이 미끄러지듯 사라져갔다. 싱싱카를 타고 가는 두 아이의 뒷모습을 쳐다보는데 퍼뜩 그게 생각났다. 한번은 써야지 하고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주제였다.

 저 아이들은 부모가 미는 유모차를 타고 세상에 나왔다. 유모차가 없을 때는 아이들은 어머니의 등에 업혀서 세상을 봐야 했다. 유모차가 작아지면 타기 시작하는 게 싱싱카다. 벌써 20대 중반에 접어든 내 아이들이 어릴 적 타고 놀던 싱싱카. 앞으로 20년이 흘러도 또 다른 꼬마들이 싱싱카를 타고 동네를 휘젓고 다니겠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장난감을 고르는 데서 차이를 보이지만 싱싱카(혹은 킥보드)를 타는 데는 성별 구분이 없다. 서너 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옛날에는 세발자전거를 탔지만 요즘은 킥보드다. 복도식 아파트에 산다면 그곳은 킥보드 아이들에게 태능국제아이스링크나 다름없다.

 킥보드 다음 단계가 롤러블레이드다. 키가 크고 다리에 힘에 붙으면 아이들은 롤러블레이드를 탄다. 바닥이 평평하다면 빙판 위에서 스피드스케이트를 타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발을 구르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속도의 쾌감을 만끽하려는 욕망의 결과물이 전동 킥보드다. 우리는 도시의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의 아슬아슬한 질주를 심심찮게 목격한다.

보도에서 싱싱카를 타는 어린이. 조성관 작가 제공

 유모차에서 전동 킥보드까지. 장난감과 놀이기구를 가능하게 하는 게 바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인류 최고의 발명품의 하나가 '바퀴'라고 믿어왔다. 최초의 나무 바퀴는 둥그런 나무토막이 힘을 주면 굴러간다는 원리에서 착안되었다. 인류의 삶을 이롭고 편리하게 만든 수많은 발명품이 있어 왔지만 시공을 초월해 일상에서 활용하는 발명품은 바퀴를 이용한 것들이다.

ㅈ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 카트가 없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로나 시대 초호황을 구가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같은 배달 앱을 보자. 배달 앱은 기본적으로 오토바이라는 이동수단을 기반으로 한다. 오토바이가 없으면 기본적으로 배달 앱은 불가능하다.

 선박을 제외한 모든 이동수단은 기본적으로 바퀴로 움직인다.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기차. 고무바퀴냐 쇠바퀴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 비행기도 이륙과 착륙을 위해서는 바퀴의 도움이 결정적이다. 바퀴가 달린 것을 사람이 굴리는 단계에서 말이 굴리는 것으로 진화하고, 다시 전기가 돌리는 것을 발전했을 뿐이다.

 이들 중에서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동수단이 자전거다. 자전거가 없는 삶을 한번 생각해보라. 주말을 보낼 때 자전거 타기보다 신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또 있을까. 청춘남녀가 강변에서 자전거 데이트를 하는 모습처럼 싱그러운 풍경도 없다. 자전거를 매달고 야외로 나가는 자동차를 종종 목격한다. 자연 속에서 '자가 추진' 이동수단을 즐기려 '전동 추진' 이동수단 SUV를 몰고 멀리 나간다. 흙냄새, 풀 냄새, 강물 냄새를 맡으며 한적한 오솔길을 마음대로 달릴 수 있는 수단은 자전거밖에 없다.

 최초의 자전거가 발명된 것은 1817년 독일이다. 여러 나라에서 개량과 혁신을 거듭해 현재와 같은 자전거가 나온 것은 1885년 영국이다. 자전거의 발명은 문화사적으로 그 의미가 크다. 자전거 발명 이전에 사람의 생활 반경은 두 다리로 갈 수 있는 거리로 제한되었다. 어지간해서 자기가 사는 동네를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자전거가 보급되면서 사람은 10~20㎞ 정도는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활동 반경이 확장되면서 청춘남녀는 비로소 자유연애의 문이 열렸다. 부모가 짝을 정해주면 그대로 따르던 시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른 마을로 가서 스스로 마음에 드는 짝을 고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자전거는 전쟁 중에도 유용하게 활용됐다. 1.2차 세계대전을 포함해 20세기의 여러 전쟁에서 여러 나라가 자전거 부대를 운용했다. 자전거부대는 이동 중에 소리가 나지 않아 적에게 발각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농경사회에서 자전거는 물건을 옮기는 주요 이동수단이었다. 쌀 배달을 포함한 어지간한 물건 배달은 짐 자전거가 도맡았다. 지금도 서울 동대문시장 같은 곳에서는 짐 자전거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 보면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넘어 자전거로 영화필름을 운반하는 장면이 나온다.

1453년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그림. 황금곳 왼쪽 산을 통해 전함을 옮기는 장면이 보인다. 흰색으로 표시된 바다가 보스포로스 해협이다. 이 그림은 1455년 프랑스 화가가 그린 것이다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무하마드 2세의 천재적 전술

 여기서 우리는 세계사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 본다. 1453년 4월,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야심만만한 무하마드 2세 황제는 동로마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 콘스탄티누스 11세가 버티고 있는 로마제국의 상징 콘스탄티노플만 함락시키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무하마드 2세는 함대를 집결시켰다. 하지만 테오도시우스 성은 천혜의 요새였다. 황금곶(Golden horn) 안쪽 바다로 접근하지 않으면 테오도시우스 성 공격할 수 없었다. 만(灣) 입구는 동로마제국이 쇠사슬로 연결해 사실상 막혀 있었다. 산을 넘지 않고서는 공격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함대가 어찌 산을 넘을 수 있다는 말인가.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 한 로마인들처럼 동로마제국 병사들은 마음을 놓았다.

 전략가 무하마드 2세는 천재적인 계획을 세운다. 함대를 끌고 산을 넘어 황금곶 안쪽 바다에 옮겨 놓겠다. 기존의 전쟁 법칙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이 계획이 시도되는 순간, 승패의 분기점이 갈렸다.

 무하마드 2세는 인부들을 동원해 통나무들을 베어 거대한 통나무 레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함들을 육지로 끌어올려 하나씩 통나무 레일 위에 실었다. 또 다른 토목 공사 인부들이 좁거나 가파른 언덕을 최대한 넓히고 깎았다. 마침내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물소 수십 마리가 앞장서 전함을 끌었다.

 통나무 레일의 바퀴들이 굴러가면서 그 위에 실린 전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함 70척이 밤사이에 통나무 레일을 타고 산을 넘었다. 성채안의 병사들은 아침에 눈을 떠보니 튀르크 전함들이 눈앞에 새카맣게 떠 있었다. 이것으로 모든 상황은 사실상 끝났다. 그 뒤의 공성전(攻城戰)은 부차적이었다. 무하마드 2세의 천재적 전술을 가능하게 한 것은 원시적인 통나무 바퀴였다.

 1453년 5월 29일, 동로마제국이 붕괴하면서 세계사가 바뀌었다. 지중해와 중동의 절대 강자로 부상한 오스만 튀르크! 콘스탄티노플은 이스탄불로 바뀌었다. 콘스탄티노플로 집결해 지중해를 통해 유럽 세계로 퍼져나가던 실크로드 대상(隊商) 무역로가 막혀버렸다. 비단의 감촉과 향신료의 마법을 알아버린 유럽은 패닉에 빠진다. 비단과 향신료 가격이 하늘로 치솟았다.

 모험가들은 대서양 저 너머, 미지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인도의 향신료와 중국의 비단을 배로 한가득 실어 올 수만 있다면···. 모험가들은 일확천금의 꿈으로 배를 띄웠다. 대항해 시대의 시작! 중세가 막을 내리고 근세가 막을 올렸다.

 동로마제국을 탈출한 학자들은 이탈리아반도로 몰려들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보자. ‘최후의 만찬’을 그린 화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최초의 직업은 요리사였다. 주방을 책임지면서 자동구이장치, 회전식 건조대와 같은 갖가지 주방 도구들을 도안하고 발명했다. 여기서 발전해 생활에 유용해 보이는 각종 공작기계를 발명하거나 설계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도 꽤 있었지만.

 왜 다빈치는 새로운 기계 발명에 몰두했을까. 그는 사람의 힘이 낭비되는 것을 질색했다. 어떻게 하면 머리를 써서 인간이 편하게 살게 할 수 있을까. 기계에 의해 힘과 시간의 낭비를 줄이자는 생각에서 많은 도구와 기계를 설계하고 그렸다. 그가 힘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용한 것이 '바퀴'였다. 톱니바퀴를 이용해 원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꾸는 식이다. '물을 퍼 올리는 기계'와 같은 여러 가지 기구들이 그랬다.

 도요타자동차는 현재 달 표면을 이동하는 유인 월면차(月面車)를 개발 중이다. 2030년이면 일제 유인 월면차가 울퉁불퉁한 달 표면의 구석구석을 달리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첨단기술이 탑재되는 유인 월면차를 구동시키는 것은 바퀴다.

휠체어. 이미지투데이 제공

 살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은 이것 신세를 질 때가 있다. 건강한 사람도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으면 한동안 여기에 앉아야 한다. 재활 훈련을 통해 다시 두 발로 걸어 병원을 나갈 때까지. 휠체어(wheel chair). 연로해 실버타운이나 요양원에 들어갈 경우 휠체어는 필수적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를 가리켜 '바퀴 달린 아이폰'이라고 평한다. 테슬라 전기차가 앞으로 10년간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 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노년을 함께하는 것은 테슬라의 전기차가 아니다. 휠체어다. 바퀴 달린 의자만이 인생의 마지막 나날들과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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