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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장편소설 이성아의 ‘그들은 모른다’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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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장편소설 이성아의 ‘그들은 모른다’ 당선
  • 승인 2021.03.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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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김형로의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논픽션 부문 양경인의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
▲ 강요배 작, '버트 하디의 사진에 대한 경의.
▲ 강요배 작, '버트 하디의 사진에 대한 경의.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결정됐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제주4·3평화문학상 본심사를 진행하고 장편소설·시‧논픽션 부문 당선작을 확정했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선정은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이후 3년만이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현기영)는 지난 3월 19일,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본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장편소설 부문에 ‘그들은 모른다’(이성아 작‘가, 1960년생, 경남 밀양), 시 부문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김형로, 1958년생, 경남 창원)를 선정했다. 논픽션 부문은 응모편수가 적어 단심으로 심사를 진행해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양경인, 1959년생, 제주)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4·3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의 출현을 기대하며 장편소설‧시·논픽션 세 장르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전국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공모 결과 국내외에서 286명이 응모했고 모두 1,629편(시 1,486편, 소설 130편, 논픽션 13편)이 접수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 1월 22일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지침’을 확정하고 심사위원을 선임해 2개월에 걸쳐 예심과 본심사를 진행 후 응모작들을 심사했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그들은 모른다’는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질곡에 대한 폭넓은 성찰과 성실한 천착을 배경으로 폭력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인물들의 분투를 세심하게 전한다. 역사적 안목과 함께 문제의 현재성, 당대성에 대한 감각도 예민하게 유지하고 있다. 4·3평화문학상이 지향하는 주제 의식의 측면이나 소설적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내전과 인종청소의 참혹한 시간을 통과해온 발칸반도의 역사를 한국 현대사의 국가 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비극적 이야기와 세심하게 공명시키면서 국가 폭력에 대한 질문을 좀더 넓은 시야로 성공적으로 옮겨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지성과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문장, 발칸의 땅을 떠도는 한 여인의 우수와 고독을 전하는 깊은 감수성의 언어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폭력에 대한 탄식과 분노의 이야기를 치유와 화해를 향한 섬세하고 고독한 내면의 분투로 잘 감싸고 있다는 데 심사위원 전원은 흔쾌히 동의했다.

 시 부문 당선작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는 제목이 환기하듯이 제주 4·3과 제주 설화를 다리(橋) 삼아 ‘한라’와 ‘백두’의 만남을 주선하는 ‘통일 서사’의 전개가 활달했다. 심사위원들은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가 여타 응모작과 견줄 때 주제 의식과 상상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미덕이 향후 ‘제주4·3평화문학상’은 물론 4·3문학의 지평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바가 적지 않으리란 판단에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논픽션 부문 당선작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는 4·3당시 사회주의 운동가로서 격변기 분단 조국의 연표를 온몸으로 살아낸 김진언 할머니의 삶을 세상에 드러낸 작품이다. 4·3을 드러내놓고 언급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기부터 집요하게 취재를 진행해 작품을 갈무리했다는 점에서 논픽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제주특별자치도가 2012년 3월 제정해 제9회에 이르고 있으며, 2015년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2019년부터 4·3을 직접 체험한 세대의 기록이나 증언이 미체험 세대의 진실찾기 노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논픽션 부문을 추가했다. 상금은 9천만원(장편소설 5천만원, 시 2천만원, 논픽션 2천만원)이다.

 제주4·3평화문학상 제1회 수상작은 현택훈의 시 ‘곤을동’‧구소은의 소설 ‘검은 모래’, 제2회는 박은영의 시 ‘북촌리의 봄’‧양영수의 소설 ‘불타는 섬’, 제3회는 최은묵의 시 ‘무명천 할머니’‧장강명의 소설 ‘2세대 댓글부대’, 제4회는 김산의 시 ‘로프’‧정범종의 소설 ‘청학’, 제5회는 박용우의 시 ‘검정고무신’‧손원평의 소설 ‘1988년생’, 제6회는 정찬일의 시 ‘취우’‧김소윤의 소설 ‘정난주 마리아-잊혀진 꽃들’, 제7회는 김병심의 시 ‘눈 살 때의 일’, 제8회는 변희수의 시 ‘맑고 흰죽’·김여정의 논픽션 ‘그해 여름’ 이다.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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