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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인내하라, 그리고 절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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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인내하라, 그리고 절제하라”
  • 승인 2020.02.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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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재 표선면 주민복지팀.
▲ 고승재 표선면 주민복지팀.

 라틴어 명언 중에 'SUSTINE ET ABSTINE'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 하면 "인내하라, 그리고 절제하라"는 뜻이다. 요즘 청렴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나는 이 명언이 떠오른다.

 청렴의 '절제'에 관한 일화 중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의 계영배에 관한 일화는 유명하다. 술에 욕심을 내서 너무 과하게 따르면 그 술이 넘쳐 사라져 버린다는 일화인데, 술로 평생을 방탕하게 살았던 우명옥은 자신의 삶을 반성하려 계영배를 만들어 자신의 손에 들고 다니면서 스스로 과욕을 경계했다.

 '절제'의 의미는 계영배의 일화처럼 욕심이 과하면 잔의 술은 사라져 버리므로 모든 일을 함에 있어 과유불급 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오히려 너무 넘쳐 화를 자초하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을 갖고 행동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청렴하다는 것은 수령된 자의 본연의 의무로써 모든 선(善)의 원천이요, 모든 덕(德)의 근본으로, 청렴하지 않고 능히 공직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모든 공직자들은 도민과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언제나 공직자로서 행실을 바르게 하고 절제된 행동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절제를 잘 나타내는 식물로 많이 인용되는 것이 바로 주목(朱木)이다. 주목(朱木)은 우리나라 고산 지대에서만 자라는 상록침엽교목으로 한반도를 가장 오래 지켜온 식물이다.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고 한다. 천년을 사는 나무는 많지만, 죽은 뒤에도 썩지 않고 수백년을 넘게 버티는 나무는 주목이 유일하다. 이런 연유로 예로부터 권력자들은 본인의 장수 혹은 영생(永生)의 지킴이로 주목을 곁에 두었다고 한다.

 주목이 천년을 살고 죽어서 천년을 견디는 비결이 바로 '절제'다. 대부분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햇볕을 좇지만, 주목은 오히려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 스스로 광합성 활동을 줄인다. 광합성을 절제한 덕분에 주목의 잎은 돋은 지 8년이 되어서야 떨군다.

 그래서 주목은 아주 더디게 자라 나이테가 촘촘하고 뚜렷하며 그만큼 목질(木質)은 치밀하고 단단하다. 주목이 죽어서도 잘 썩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재물이나 권력을 더 많이 갖고자 노력한다. 공직자도 사람이다. 인간으로서 더 많이 가지고자함은 때로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지만, 대개는 자신을 곤란에 빠뜨리는 함정이 되기 일쑤다. 특히 공직자의 경우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조금은 비어 있는 상태나 약간은 부족한 상태를 유지하고 절제할 수 있다면 오히려 '공직자로서의 삶'은 보다 윤택하고 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청렴이란 바로 '절제'라는 것을 모든 공직자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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