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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개인전 ‘Dreaming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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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개인전 ‘Dreaming Book’
  • 승인 2021.12.2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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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12월 31일, 돌담 갤러리(제주시 중앙로 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지하1층)

 설치미술가·서양화가 이지현 작가의 개인전 ‘Dreaming Book’이 12월 20일부터 시작해 31일까지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돌담 갤러리(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지하1층)에서 열리고 있다.

 책꽂이 작업 2점을 포함한 총 30점의 작품이 전시되는 이번 개인전에서 이지현 작가는 입체와 설치를 포함한 현대미술 ‘해체와 융합’의 진수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의 제작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200권의 책이 해체되었다”고 했다.

▲ 이지현 021DE20001 Library Projet(도서관 프로젝트) 책 해체하다 197x91x25cm 2021.

 “작업 과정은 직접 만든 날카로운 조각칼 같은 도구로 책의 페이지들을 작은 파편으로 한땀 한땀 해체한다. 시간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무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다음 종이의 물성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바니쉬로 여러 번 뿌린 후 열로 굽어 낸다. 굽혀진 종이는 과자처럼 바삭한 질감을 갖고 있다. 그렇게 보존처리가 된 페이지들을 모아 책의 원형으로 다시 복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기존의 책도 아니고 쿠키도 아니고 미술도 아닌(현대미술은 과거에 우리가 알았던 미술과 차이가 있다) 세상의 새로운 시각적 오브제로 다가온다. 참고로 제작 기간은 대략 책 한 권 작업하는 2주 정도 소요된다”는 것.

 “기존 텍스트 안에서 절대적으로 군림되어진 기존의 관념을 무너뜨리는 것이 해체이며, 해체를 통해 대상을 무력화하거나 속박하는 성질로부터 해방시키는 작업”이라 말한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개념을 변용한 ‘책의 해체와 융합’의 작품들을 대중에게 과감하게 선보이는 것이다. 책의 본질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는 ‘책의 해체와 융합’ 작업이다.

▲ 이지현 021DE20001 Library Projet(도서관 프로젝트) 책 해체하다 197x91x25cm 2021.

 황인선 갤러리인 큐레이터는 이지현 작가의 ‘Dreaming Book’ 개인전에 대해 “미디어로써 설 자리를 잃어가는 책들은 작가의 해체와 융합을 거쳐 미적 오브제로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작가의 변증법적 방법론은 책의 본질에 대한 아름다움으로의 접근”이라면서 “소통이 멈춰버린 지나간 책은 작가에 의해 다시금 우리와 소통되는 무엇으로 변모된다. 비로소 책들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구시대 소통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책들은 이지현의 손을 거쳐 책 본래의 기능이 해체되는 과정을 통해 ‘시각예술의 오브제’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평했다.

 세상에 변하지 않은 어떤 대상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이지현 작가는 “현대미술은 끊임없는 새로움에 목말라한다”고 말한다. 생활 속에서 익숙함이 또 다른 편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문득 변하지 않은 뭔가에 대한 지루함과 불편한 심기, ‘책을 읽을 수 없게 만들면 어떨까’, ‘사진을 볼 수 없게, 옷을 입을 수 없게 하면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하는 생각들이 작업의 모티브가 된다”고 들려준다.

▲ 이지현 021DE20004 Library Projet(도서관 프로젝트) 책 해체하다 140x80x16cm 2021.

 이 작가는 과거로부터 변하지 않은 뭔가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그것에 대한 변화를 고민해 오면서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속박으로부터 진정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이 작가는 “해체는 이같은 고민을 풀어주는 내 작업의 핵심이자 출발점”이라고 했다. “해체는 세상의 편안함과 익숙함으로부터 비켜나게 해서 그 대상이 낯설게 느껴지게끔 만들고 그 이면에 감춰져 있던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게 작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지현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우리 시대는 다양한 문화와 가치가 혼재되어 있다. 나를 포함한 우리 자신이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초창기 도덕, 교련 같은 교과서로 작업을 한 것도, 내가 사는 도시의 지도를 뜯은 것도, 그런 이유에 대한 물음을 하고자 작업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 이지현 021DE20021 Dreaming Book-햄릿 책 해체하다 20x17x9cm 2021.

 “책은 우리 시대의 스토리이자 기록이라 생각한다”면서 “나는 어떤 면에서 개별 책들의 각각의 내용과 더불어 책은 그냥 시대의 상징물로 본 것이다. 뜯어서 알 수 없게 만든 것, 또렷하지 않은 내용과 이미지, 이런 것들이 자아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 정체성을 대신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읽을 수 없게 만들었고 의도했기 때문에 이게 뭐지(?) 하는 정도의 질문을 끌어왔으면 개인적으로 만족한다”고.

 덧붙여 “일상의 책이 특별한 물질로 동시에 작품에 드러나기를 원한다”면서 “개념적이면서 아름다운 작업”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 이지현 021DE20024 Dreaming Book-달과 육 펜스 책 해체하다 21x26x12cm 2021.

 이지현 작가는 전시장을 찾을 관람객들에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번 전시를 봐 줬으면 한다”고 권했다. “책을 읽을 수 없게 만들어 이게 뭐지(?) 라고 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하는 의도가 첫 번째이고, 그다음은 일상적 물건이 시각적 오브제로 변환되어 그 속에서 새로운 미적인 대상으로 감상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2015년 이중섭미술관 창작 스튜디오 상주 작가 출신인 이지현은 2017년 제주도립미술관서에서 진행된 ‘물 때, 해녀의 시간’展에서 제주 해녀 옷을 해체한 설치작업을 선보였고 2016년에 이어 2018년 ‘제주 4.3 70주년 동아시아 평화·인권’展에 제주도민 옷을 해체한 설치작업을 보여준 바 있다.

▲ 이지현 021DE20003 Library Projet(도서관 프로젝트) 책 해체하다 170x217x16cm 2021.

 지난해 갤러리 701에서의 ‘공동프로젝트-heart’ 전시, 올해 들어 5월에 돌담갤러리 ‘small is beauty-작은 것이 아름답다’展을 기획·운영해 얻은 판매 수익금의 50%를 2개 학교 5명 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전시를 기획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이지현 작가는 그동안 38회 개인전을 열었다.

 올해 3월,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개인전을 비롯해 6월에는 서울 동덕 아트갤러리 기획 초대전을 통해 신문을 해체한 작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강원 국제 트리엔날레(3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서 600권의 책을 해체한 ‘Library Projet’ 작업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 이지현 021DE20027 Dreaming Book 책 해체하다 26x23x28cm 2021.
▲ 이지현 021DE20027 Dreaming Book 책 해체하다 26x23x28cm 2021.

 이지현 작가는 제17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대상,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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