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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유수진의 ‘폭포’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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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유수진의 ‘폭포’ 당선
  • 승인 2022.03.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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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평화재단, "국내‧외 152명·907편 응모, 장편소설·논픽션 부문 당선작 못내"

 제10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결정됐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은 최근 제주4·3평화문학상 본심사를 진행하고 시 부문 당선작을 확정했다. 장편소설·논픽션 부문은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현기영)는 지난 2월 25일, 제10회 제주4·3평화문학상 본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시 부문에 '폭포'(유수진 작가, 1971년생, 대전 출생)를 선정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장편소설‧시·논픽션 세 장르에 대해 지난해 5월부터 12월 10일까지 전국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공모 결과 국내외에서 152명이 응모했고 모두 907편(시 830편, 소설 73편, 논픽션 4편)이 접수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8일, 제10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지침을 확정하고 심사위원을 선임해 2개월에 걸쳐 예심과 본심사를 진행하며 응모작들을 심사했다. 논픽션 부문은 응모편수가 적어 단심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 시 부문 당선자 유수진 작가.
▲ 시 부문 당선자 유수진 작가.

 시 부문 당선작 '폭포'는 폭포라는 소재를 죽음과 대비하면서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시의 후반부로 가면서 힘찬 긴장감이 더해진다”며 “이 시는 폭포가 ‘그 옛날의 물줄기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는 인식으로 발전하고 시인의 인식이 독자에게 충분히 전이되어 설득력을 얻는다“고 밝혔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4·3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2012년 3월에 제정했다. 2015년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 업무를 주관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논픽션 부문을 추가했다. 상금은 9천만원(장편소설 5천만원, 시 2천만원, 논픽션 2천만원)이다.

 제주4·3평화문학상 제1회 수상작은 현택훈의 시 '곤을동'‧구소은의 소설 '검은 모래', 제2회는 박은영의 시 '북촌리의 봄'‧양영수의 소설 '불타는 섬', 제3회는 최은묵의 시 '무명천 할머니'‧장강명의 소설 '2세대 댓글부대', 제4회는 김산의 시 '로프'‧정범종의 소설 '청학', 제5회는 박용우의 시 '검정고무신'‧손원평의 소설 '1988년생', 제6회는 정찬일의 시 '취우'‧김소윤의 소설 '정난주 마리아-잊혀진 꽃들', 제7회는 김병심의 시 '눈 살 때의 일', 제8회는 변희수의 시 '맑고 흰죽'·김여정의 논픽션 '그해 여름' , 제9회는 김형로의 시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이성아의 소설 '그들은 모른다', 양경인의 논픽션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 등이다.

 제8회 당선작 '그해 여름'은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도서출판 은행나무, 1만2000원)으로, 제9회 당선작 '그들은 모른다'는 '밤이여 오라'(도서출판 은행나무, 1만4000원)로 출간됐다. 제9회 당선작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는 오는 3월 25일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로 발간될 예정이다.

 한편 제10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3월 25일 개최될 예정이다.

다음은 시 부문 당선작 '폭포' 전문이다.

 

 폭포

 

 폭포는 순간이 없다.

 멈춤이 없다.

 멈춤이 없으니

 지구의 부속품 중 하나

 

 폭포 아래에는 지구의 명치가 있어서 지구와 같은 시간을 흐르고 지구와

 같은 기억을 간직하고 지구와 같은 길이를 짊어지고 지구와 같은 두통을 앓

 는다. 지구의 이마를 짚는 폭포. 쏟아지는 이유를 들어보자. 움푹하게 패인

 곳을 더 움푹하게 파는 낙하가 그곳에 있으니, 움푹하게 패인 곳을 치는 주

 먹들이 있으니.

 

 그곳에 소란이 있으니.

 

 폭포 위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건 떨어지는 물보다 더 빠른 죽음이었겠지.

 

 그건 쏟아지는 하늘보다 더 파란 죽음이었겠지. 순간이 있었다면 치솟는 일 같은 건 생각도 않고 아래로 아래로 순응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차라리 바닥을 천명으로 여기고 손안의 주먹밥이 식은 걸 팔자 탓으로 돌릴 수 있었을 텐데. 문득 올려다 본 곳엔 두 손에 묶인 채 위로 위로 끌려 올라가는 폭포가, 파랗게 질려서 밑동까지 덜덜 떠는 폭포의 귀청들이,

 

 폭포를 보고 있으면 계속 흐르는 중인지

 계속 치솟는 중인지 모를 때가 있다.

 함께 흐르는 듯 함께 치솟는 듯 해 폭포에게

 무엇을 봤냐고 물어본다.

 

 귀가 어두워서 모른다고

 못 들었다고

 못 봤다고 하고

 

 바닥에서 다시 튀어 오르는 물은 마치 무명천이 펄럭이는 것 같다.

 

 흘러간 물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는 폭포. 이미 흘러간 물줄기는 천 리를 지나고 만 리를 지나고 지금쯤 어느 별에 닿았을 것인데.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낮마다 밤마다

 아무도 모르게 폭포는

 그 옛날의 물줄기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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