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첫 마을 하례리(1)
상태바
산 아래 첫 마을 하례리(1)
  • 승인 2019.07.01 1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기획- 생태체험마을을 찾아서
▲ 고제량 객원 논설위원
▲ 고제량 객원 논설위원

 하례리

 제주도는 해발 1950m의 한라산을 가운데 세우고 동서로 긴 원뿔형의 섬이다. 섬을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한라산 꼭지점을 축으로 놓고 오르락 내리락 발자국으로 등고선을 그리고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라산을 남쪽으로 내리다 첫 번째 선에 걸리는 마을이 하례리다. 생물권보전지역 효돈천이 끼고 도는 산 아래 첫 마을인 셈이다.

 하례리는 중산간 지역을 연결하는 지방도 1136번 도로(중산간도로)가 마을을 지나며,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가장 아름다운 숲 터널 5.16도로도 마을을 지나고 있다.

 하례1리는 460여가구 1,130여명이 살고, 하례2리는 230가구 560여명이 사는 중산간 마을이다. 마을의 주 농산물은 감귤이며, 조선시대 임금께 진상하던 감귤을 생산했던 금물과원이 있는 마을이다.

 요즘이야 역사 문화 컨텐츠니 머니 좋은 의미로 감귤진상이 새롭게 각색되어 마을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겠지만 감귤진상의 진실을 알고 보면 애환과 고난의 역사였다. 1702년 제주에 부임한 이형상 목사가 제주를 순력하며, 화공을 시켜 그렸다는 탐라순력도에 감귤봉진도가 있다.

▲ 탐라순력 감귤봉진도.
▲ 탐라순력 감귤봉진도.

 제주의 귤을 임금께 진상하는 모습을 그려놓은 것이다. 임금께 진상하기 위해 생산하던 감귤과수원을 어디 일반 민중들은 근처나 가볼 수 있었을까?, 중앙에서 직접 내려와 감귤나무 숫자를 세어 기록하고 관리하기까지 했으며, 만일 감귤 나무가 죽으면 그로인해 겪는 고초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한다. 이러한데 감귤 맛을 일반 민중이 본다는 건 또한 엄두도 못 낼 일이었으리라. 참으로 시름겨운 감귤나무였으니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생각했었다 한다. 지금도 하례리에는 감귤생산이 많다.

 하례리는 고려충렬왕 때 설촌된 700여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이야기된다. 누가 어떻게 마을을 이뤘다는 내력은 자세히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1948년 제주 4.3 사건 때 마을은 한번 없어질 위기를 겪는다. 4.3 사건 이후 주변지역과 현재 하례1리에 살던 약 40여 가구가 마을을 다시 이루었는데, 1965년 4월에 하례1리와 하례2리로 행정 분리되었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시작으로 자연생태 구분을 7가지로 할 수 있겠다. 오름, 곶자왈, 해변, 용암동굴, 습지 그리고 하천까지 총 7가지다. 이 구분된 자연생태 7가지는 한라산을 기점으로 동서남북이 특징과 모습이 각기 다르다. 또한 섬 생태계에서의 역할 또한 모두 독특하다.

▲ 효돈천.
▲ 효돈천.

 하례리를 끼고 도는 효돈천은 산과 바다를 잇는 생태계 소통 통로다. 산의 유기물이 바다로 흘러야 바다는 영양분이 풍부해지며 모든 바다생물들이 넉넉해진다. 어디 유기물만 흐를까 ? 산의 기운이 하천을 따라 마을로 이어져 살아있는 것들에게 알게 모르게 충전기가 되고 있으리라.

 이러한 연유로 유네스코에서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며 문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한라산 핵심지역과 서귀포 범섬, 문섬, 섬섶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생물권보전지역에서는 인간과 생물권이 동등하게 존중된다. 효돈천은 한라산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에 속한다.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은 2002년에 지정되었고 그 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례리를 지나는 효돈천은 웅장하다. 그리고 그 지류도 아름답다. 평상시는 마른하천으로 거대한 바위와 작은 조약돌들이 섞여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 큰비가 오면 한라산 정상부에서부터 모아진 물이 하천을 따라 순식간에 흐른다. 한밤중에 첫물이 흐를 때는 구릉구릉 소리가 무섭게 난다고 한다.

 하천 바닥의 양 옆 사면에는 상록수림이 울창하다. 주 수종으로는 구실잣밤 나무가 터널을 이룰 만큼 크고 오래되었다. 하천의 곳곳에 물이 고이는 소가 여러 군데 있고 물이 흐를 때는 폭포를 이루기도 한다. 하례리 사람들은 하천의 기이한 곳곳을 이름을 붙여놓았다. 여자의 한이 서린 슬픈 소리가 난다하여 예기소, 숲이 학처럼 둘러 쳐져 있다하여 학림천, 늘 맑은 물이 흐른다하여 고살리물 등등 재밌는 지명과 스토리가 많다.

 그리고 생물권보전지역의 품위에 맞게 한란, 죽절초, 죽백란, 초령목 자생지이기도 하며, 팔색조 서식지이기도 하다.

 고살리물에서부터 약 2km 정도의 하천을 따라 걷는 명품 길도 마련되어 마을여행의 맛을 살리고 있다. 만약에 마을 안내자가 있다면 그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이 깊어진다.

 마을여행이란 단순히 경관만을 취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나 아닌 다른 다양한 산 것과 죽은 것들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감동할 것에 감동하고, 슬픈 것에 눈물 흘리고, 안타까운 것에 따뜻이 마음 나누어 주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어쩌면 하례리는 이 마음을 새롭게 새기는 마을 여행이 되기에 충분하다. 내가 마을 취재를 갔을 때 안내를 해주셨던 마을 주민께서는 마을 안내자로서 너무나 훌륭하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