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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축하 메시지〕제주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문화유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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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축하 메시지〕제주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문화유산으로
  • 승인 2019.07.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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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들이 날다가 아름다운 곳을 찾게 되면 언제든 오고 싶어 하는 마음처럼, 제주도는 세계에 몇 남지 않은 자연을 갖고 있는 곳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가 제주도를 방문하고서 남긴 말이다. 이런 환상적인 섬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과거 제주는 어떤 곳이었을까. 수많은 별칭이 따른다. 그 중에 하나가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섬처럼 죄인들을 가둬놓은 감옥소이었던 때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유배의 땅이었던 것이다. 중앙에서는 죄를 지었지만, 지방에서는 참 난감했다. 지방행정을 다스리는 관리들도 그들을 멀리하지 못하고 소통해야 했으니, 백성들 입장에선 오죽했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가진 자들은 토착민을 배려보다는 지배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제주의 오름과 곶자왈 그리고 바다는 누가 더 사명감을 갖고 지켜왔을까? 중산간 지역이 화염에 의해 목장으로 변해도, 곶자왈과 뱅듸가 골프장으로 변신해도, 돗통시와 할망당이 사라져 갈 때도 제주 사람들은 끈질기게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하지 않고 지켜온 논리보다는 개발하지 못함을 무능으로 치부해버린 경제 논리는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4·3과 6·25를 거치면서 제주사람들은 어떤 일이나 사건에 대해 반항하게 되면 가족이나 이웃에게 해를 끼치거나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한 경우를 숱하게 경험해왔다. 그래서일까. 제주사람들의 입이 되게 무겁다. 침묵하는 다수는 도민의 안녕이 우선이다. 소수의 이익과 권력의 눈치를 지향하는 소수를 대변하는 시대정신은 마감되어야 한다.

 이번에 창간하는 <컬쳐 제주>가 낭그늘과 불턱에서 꺼내 놓은 이야기는 물론 제주 사람들이 평생 묻어두었던 가슴 속 애환을 담아내는 큰 그릇이 되어 주길 바란다.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는 문화유산이다. 그들이 남기는 기록과 기억은 후세들에게 엄청난 자산이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제 제주도가 변방과 유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계 중심과 힐링의 보물섬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컬쳐 제주>가 특히 제주문화와 자연자원을 지켜내는 정의로운 언론이 되어 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완병 /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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