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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름다운 호수의 물찻오름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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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름다운 호수의 물찻오름을 그리며
  • 승인 2023.03.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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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주 제주시 일자리에너지과.
▲ 박민주 제주시 일자리에너지과.

 해마다 봄이 오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딱 한 번 가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여태 잊지 못하는 곳, 바로 물찻오름이다. 물찻오름은 정상부에 물이 고이는 산정화구호 오름 중 하나로, 성(城)을 의미하는 제주어인 ‘잣’이 변형되면서 ‘물을 담고 있는 성(城)’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물찻오름에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되던 해인 2008년 봄.

 오름동호회에 처음 가입하고 회원들과 함께 올랐던 물찻오름은 선경(仙境) 그 자체였다. 막 오름을 다니기 시작하던 때라 제주도에 산정호수가 있는 오름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던 내게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연초록빛의 넓은 호수는 내 마음을 순식간에 흔들어놓았고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나는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봤었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물찻오름이 심한 훼손으로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1년, 또 1년... 금방 해제될 줄 알았던 자연휴식년제는 연장을 거듭하며 올해로 벌써 15년째가 되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들려온 행복한 소식!!

 물찻오름이 드디어 14년간의 기나긴 잠에서 깨어 개방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었다. 올해 탐방로 시설을 보완하고 안전시설을 갖춘 후 하반기쯤 개방 예정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호수를 품은 오름이라 그 풍경을 즐기려는 수많은 탐방객의 조심스런 발길만으로도 훼손되었을텐데, 본인만의 즐거움을 위해 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던져진 떡밥에 물이 오염되고 길이 아닌 곳을 짓밟은 그들이 남겨둔 쓰레기는 곳곳에 쌓이고...

 그렇게 한번 훼손된 오름이 회복되는 데에는 너무나 오랜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비단 물찻오름뿐만 아니라 문석이오름, 백약이오름 등이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채 자연휴식년제로 깊은 잠을 자고 있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따라비오름, 새별오름, 금오름 등도 심각한 훼손으로 자연휴식년제가 필요한 상태이다.

 제주의 소중한 자산인 오름!

 또다시 훼손되지 않도록 가장 먼저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 스스로 각자의 방법으로 오름사랑을 실천하고 그에 병행하여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관리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물찻오름이 깊게 잠들어있던 긴 세월동안 어느새 산과 오름을 좋아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는 나는, 물찻오름이 개방되는 그날에 우리 아이들 손을 잡고 물찻오름을 오르려 한다. 연초록빛의 아름다운 호수를 함께 바라보며 사람들의 발길에 훼손되어 많이 아파했던 오름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오름 사랑의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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