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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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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라!”
  • 승인 2023.03.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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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연구소 등 공동기자회견

 제75주년 4·3 추념식을 앞둔 제주 지역사회에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4.3유족회 등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면서커다란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제주지역에 우리공화당·자유당·자유민주당·자유통일당 공동명의, 자유논객연합 후원으로 게첨된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은 3월 21일부터 오는 4월 4일까지 게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은 3월 23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라!’라는 제목의 공동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은 “지금 내 걸린 현수막은 이런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에 먹칠을 하는 것이며 지역사회를 다시 갈등과 대립의 장소로 만들어 극우 보수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하찮은 음모이며, 제주를 다시 빨갱이섬으로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의지 표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들은 “현재의 제주4·3특별법에서는 4·3을 왜곡하거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다”며, “지금의 보수정당과 단체에서 하고 있는 이런 행위 때문에라도 속히 처벌 조항이 들어간 제주4·3특별법의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4·3유족회와 관련 기관·단체는 향후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반세기 동안 숨죽이며 살아왔던 제주도민과 10만 4·3유족들의 이름으로 이제는 무서워하지도 입을 닫지도 않을 것”이라며,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의적 선동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고, 4·3단체·시민단체와 연대하며 싸워 나갈 것”이라 천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제주 전역에 현수막을 게시한 보수정당과 단체에 대해 “▶극우단체는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고 제주도민과 4·3유족에게 사과하라!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라! ▶제주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을 중단하라! ▶국회는 제주4·3특별법의 왜곡 및 명예훼손 처벌조항을 당장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공동기자회견문 전문이다.

 ▶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라!’ 공동기자회견문

 75주년 4·3추념식을 맞이하면서 제주4·3유족회, 제주4·3평화재단 등 4·3 기관·단체는 오늘 이 자리에 안타까운 심정으로 섰다. 70주년 추념식에서부터 제주에 봄이 온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제주4·3의 봄은 어디로 가고 손가락 총으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던 그 엄동설한 시절이 다시 부활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국민의힘 최고의원으로 출마한 태영호 국회의원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주4·3을 김일성 지시설로 덮어씌우더니, 우리공화당 등 극우보수정당과 단체에서 제주 전 지역에 제주4·3을 악의적으로 왜곡선동하는 현수막을 설치하였다는 보도를 접하고 분노하고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제주4·3에서 반세기 동안 공산폭동이라는 이름 하에 국가권력에 죽어간 주민들을 폭도로 매도하였고, 그 가족들은 연좌제에 시달렸으며 마을 공동체는 파괴되었다. 국가권력의 집행자들은 승승장구 대한민국의 권력의 심장부에 자리를 잡았고, 피해자들은 역사의 죄인인 마냥 숨죽여 지내야했다.

 하지만 민주화의 열기와 더불어 제주4·3의 진상도 서서히 밝혀졌고, 드디어 2000년 제주4·3특별법의 제정되면서 폭도라고 불리던 피해자들은 제주4·3희생자로 결정이 되면서 명예를 회복하였다.

 2003년에 국가에 의해 정식 보고서가 채택되었고,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제주도민과 4·3유족에게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된 것을 사과까지 하였다.

 2003년에 발간된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는 제주4·3특별법에 의한 최고 의결기구인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정식으로 채택한 보고서다.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부장관·국방부장관·행정자치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기획예산처장관·법제처장과 제주도지사 그리고 국무총리가 위촉하는 유족대표, 관련전문가 등 20여 명으로 구성되었다. 그만큼 공신력이 있는 보고서라 할 것이다.

 이 보고서 어디에서도 북한의 지령설, 공산폭동이라는 용어는 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법 준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보수정당과 보수단체에서 국가에서 공식 채택한 보고서를 부정하고 제주4·3을 왜곡하는 만행을 통해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태영호 국회의원은 북한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주장하는데 북한에서 배운 것을 아직도 신봉하는 자가 어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주변의 만류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반목으로 대응했던 경우회와 아무런 조건 없이 화해와 상생 선언을 하였다. 내 부모형제의 학살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 단체인 경찰조직과 화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제주지역 사회에서 4·3으로 인해 갈등과 대립으로 맞서기보다 화해선언을 통해 지역사회 공동체 복원을 위해 용기를 내었던 것이다. 올 해가 제주4·3유족회와 경우회가 손을 맞잡은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화해상생 선언 10주년을 맞아 뜻깊은 행사를 고민하던 차에 보수정당과 보수단체의 이런 역사왜곡 현수막 설치 행위는 개탄스럽기 그지없다고 하겠다.

 지금 내 걸린 현수막은 이런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에 먹칠을 하는 것이며 지역사회를 다시 갈등과 대립의 장소로 만들어 극우 보수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하찮은 음모이며, 제주를 다시 빨갱이섬으로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의지 표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현재의 제주4·3특별법에서는 4·3을 왜곡하거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다. 지금의 보수정당과 단체에서 하고 있는 이런 행위 때문에라도 속히 처벌 조항이 들어간 제주4·3특별법의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4·3유족회와 관련 기관·단체는 향후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다.

 제주4·3을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정당과 단체에 엄중히 경고한다. 반세기 동안 숨죽이며 살아왔던 제주도민과 10만 4·3유족들의 이름으로 이제는 무서워하지도 입을 닫지도 않을 것이다.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의적 선동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고, 4·3단체·시민단체와 연대하며 싸워 나갈 것이다.

 제주 전역에 현수막을 게시한 보수정당과 단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극우단체는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고 제주도민과 4·3유족에게 사과하라!

 -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당장 멈춰라!

 - 제주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을 중단하라!

 - 국회는 제주4·3특별법의 왜곡 및 명예훼손 처벌조항을 당장 개정하라!

 2023년 3월 23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김창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고희범

제주4·3연구소 이사장 김영범

제주민예총 이사장 김동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 고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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