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최영효
어디서 눈을 들어도 구름 속 거기 서 있다
오름이 오름을 받쳐 하늘 하나 보듬고 산다
딱 한 번 말을 뱉고는 입을 다문 저 사내
아버지 돌팔매 맞고 가신 지 하마 내 나이
휴화산 이름 하나로 참고 또 기다린다만
모슬포 돌개바람에 실눈 뜨는 4‧3적 동백
구름의 높이에서 먼 북쪽 멧부리를 보라
살아온 시간의 멍에 누군들 기적 아니랴
가슴 속 불을 내리면 아플 일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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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슴 속 그 불 다 내리기까지…’.
굽이굽이 어느 하나 당신 손 안 닿은 곳이 하나 없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 번 말을 뱉고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건 헤집으면 헤집을수록 저 하늘 저 바다 저 산 저 들이……. 기적이 뭐 달리 기적이겠는가 오늘 하루 이렇듯 숨 쉴 수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아! 저 산, 아버지 내 아버지!!! (송인영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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