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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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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 개최
  • 승인 2020.06.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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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맑고 흰죽’ 변희수 시인,
논픽션 부문 ‘그해 여름’ 김여정 작가 수상
▲ 사진 왼쪽부터 현기영 소설가-변희수 시인-김여정 작가-양조훈 이사장.
▲ 사진 왼쪽부터 현기영 소설가-변희수 시인-김여정 작가-양조훈 이사장.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6월 20일, 제주4·3평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제8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해 시 부문 당선작가 변희수 시인과 논픽션 부문 당선작가 김여정씨에게 상패와 상금(각 2천만원)을 수여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현기영)가 주최하고 제주4·3평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시상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상작가와 가족을 비롯해 현기영 운영위원장, 송승문 4·3희생자유족회장 등 20명 내외의 최소인원만 참석했다.

▲ 4.3평화문학상 기념촬영.
▲ 제8회 제주4.3평화문학상 기념촬영.

 양조훈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주4‧3의 지난한 진상규명운동 과정에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 이산하의 시 ‘한라산’ 등 많은 문학 작품들이 4·3의 증언자 역할을 해주었다”며 “제주4·3이 평화와 인권, 화해와 정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만개하는데 4‧3평화문학상이 가교가 되고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변희수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4·3사건에 관한 작품을 누군가 계속해서 쓰고 또 누군가 계속 읽는다면 진아영 할머니를 비롯해서 수많은 희생자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것이 문학의 가장 큰 힘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여정 작가는 “‘그해 여름’은 한국전사에 기록되지 못한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보광동 사람들의 이야기로 지난 3년여의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막걸리를 마시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 송곳처럼 박힌 이야기를 꺼내서 들려주신 보광동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 시 당선자-변희수 시인(왼쪽)과 논픽션 당선자 김여정 작가(오른쪽).
▲ 시 당선자-변희수 시인(왼쪽)과 논픽션 당선자 김여정 작가(오른쪽).

 한편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은 오는 7월 중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수상소감 / 변희수(시 부문)

 시는 어떤 순간을 가장 명징하게 재현하는 힘

 제주4·3사건에 관한 작품을 쓰면서부터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제주를 여행할 때는 지금 제가 밟고 있는 이 땅도 혹시 사건의 현장이 아닐까, 이곳도 혹시 과거 어떤 상처의 자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가 받은 이 상은 제주4·3사건에 희생된 수많은 영혼들이 저에게 청탁을 해주신 거나 다름없는 뜻 깊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겁고도 귀한 지면을 받은 것처럼 저는 자료를 조사하고 열편의 작품마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작품을 쓰는 동안 마치 낯선 마음을 쓰다듬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전율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제가 겪지 못한 목소리를 어떻게 생생하게 재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의 기반과 문학적 상상력 사이에서 때로는 한계와 갈등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의 언술이 가진 시적 에스프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어떤 순간을 가장 명징하게 재현해내는 힘이 있습니다. 작가에게 그것은 참혹하고 생생한 순간을 마주하는 또 다른 기억과도 같습니다. 시를 쓰면서 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작품을 쓰는 동안 제가 만난 수많은 목소리와 작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지인들이 당선작 <맑고 흰죽>을 읽었다고 연락을 많이 해왔습니다. 진아영할머니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도 그 애애한 사연에 많은 공감과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4·3사건에 관한 작품을 누군가 계속해서 쓰고 또 누군가 계속 읽는다면 진아영할머니를 비롯해서 수많은 희생자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이 문학의 가장 큰 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되새기고 상상하는 방식으로 이 문학상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런 기회를 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변희수(필명) 경남밀양 출생. 영남일보(2011) 신춘문예, 경향신문(2016) 신춘문예, 천강문학상 수상(2013). 2018년 아르코창작기금 선정. 시집 ‘아무것도 아닌, 모든’(문학나눔 도서선정).현) 대구시교육청 창의융합교육원 강사, 전) 대구시인협회 편집국장.

 

   수상소감 / 김여정(논픽션 부문)

 ‘그해 여름’은 보광동 사람들이 경험한 한국전쟁 이야기입니다. 복숭아 꽃잎이 흩어지는 한강 강변 마을은 미군 폭격에 초토화되고 한강다리가 끊겼습니다. 피난길이 끊겨서 수많은 사람들이 폭격을 맞아서 죽었습니다. 칠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보광동 사람들은 한강에서 서울불꽃축제 폭죽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흐릅니다.

 전쟁은 끝났어도 그 누구도 용산이 불바다가 되고 한강다리가 끊긴 이유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난 세월동안 보광동 사람들은 한강 강변에서 폭격으로 죽어간 사람들은 추모해왔습니다. 돌아오는 6월 28일은 한강다리 폭파 70주기입니다.

 올해도 보광동 사람들은 한강에 나갈 것입니다. ‘그해 여름’은 한국전사에 기록된 군인들의 전투기록이 아니라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보광동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삼 여년이라는 시간동안 수없이 많은 막걸리를 마시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 송곳처럼 박힌 이야기를 꺼내서 들려주신 보광동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 올립니다.

 

 

■ 김여정 : 전남 영암 출생. 영국에서 대학 졸업후 국제인권단체 및 NGO활동가로 활동하다 현재는 용산에서 다문화 공동체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용산 보광동에서 마을 카페를 운영하던 중 손님으로 만난 한국전쟁을 경험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채록하여 ‘그해 여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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