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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봉행...문재인 대통령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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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봉행...문재인 대통령 참석
  • 승인 2021.04.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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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4.3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보상 등 국가책임 다할 것”
국방장관·경찰청장, 역사상 4·3추념식 첫 참석해 역사적 의미 더해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4월 3일 오전 10시, 제주전역에 1분 동안 울려퍼진 추모 묵념 싸이렌을 시작으로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엄수됐다.

 추념식은 추모 묵념에 바로 이어 오프닝 영상, 국민의례(4·3 영령을 위한 묵념에서는 4·3유족회 오임종 회장이 김수열 시인의 ‘우리의 4·3이 따뜻한 봄으로 기억되는 그날까지’ 추모글 낭독), 4.3 추모 영상(시인인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의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을 제주 출신 탤런트 고두심씨가 낭송), 문재인 대통령의 추도사, 4·3 당시 부모와 오빠를 잃은 손민규 어르신(여, 87)의 사연을 외손녀 고가형 양(17, 대정여자고등학교 1학년)이 낭독하는 유족 사연, 추모 공연(남성 3인조 ‘스윗소로우’의 '푸르른 날')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추념식 후에는 위패 봉안소에서 주요 인사, 유족 참배객들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행정안전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한 이날 제73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2018년, 2020년에 이어 임기 중 세 번째로 참석해 4.3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돔박꼿이 활짝 피엇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봉행된 이날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이번에 개정된 4·3특별법에 대해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개정된 4·3특별법에)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 지원 방안을 담았다”면서 “제주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죽음과 이중 삼중으로 옭아맨 구속들이 빠짐없이 밝혀질 때, 좋은 나라를 꿈꿨던 제주도의 4·3은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의 자리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4·3에는 두 개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 국가폭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이 담긴 역사이며, 평화와 인권을 향한 회복과 상생의 역사”라며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 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4·3은 대립과 아픔에 갇히지 않았다”며, “살아남은 제주도민들은 서로를 보듬고 돌보며 스스로의 힘으로 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고 화해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결하며 평화와 인권을 향해 쉼 없이 전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이어 “상생의 정신으로 서로를 일으켜 세웠고, 마침내 4·3의 진실을 깨울 수 있었다”면서 “반세기 만에 금기를 풀고, 김대중 정부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이나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고,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공식 사과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우리 정부에서 4·3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세월 흔들림 없이 이웃과 함께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4·3 특별법'의 개정 역시 4·3을 역사의 제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해 모든 산 자들이 서로 손을 잡았기에 할 수 있었다”며,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을 포함한 124개 기관과 단체, 종교계, 학생, 정당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제주도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4·3 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을 출범시켜 힘을 모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 의장단협의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특별법 개정에 한 목소리를 냈고, 전국 곳곳의 시도의회에서도 각각 촉구결의안을 채택해 제주도민의 염원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탰다”면서 “국회도 여야 없이 힘을 모아 '4·3 특별법' 개정이 여야 합의로 이뤄진 것은 21대 국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 자리를 빌려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주신 각계각층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린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특별법 개정으로 1948년과 1949년 당시 군법회의로 수형인이 되었던 이천오백서른 분이 일괄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렸다”며 “이미 2019년과 작년, 두 차례의 재심을 통해 생존 군법회의 수형인 스물다섯 분이 무죄선고를 받고 70년 세월 덧씌워진 굴레를 벗으신 바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행방불명 수형인 삼백서른세 분과,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두 분이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최근의 ‘70년만의 무죄 판결’의 의미를 되새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족을 잃고, 명예와 존엄, 고향과 꿈을 빼앗긴 이천백예순두 분의 특별재심이 아직 남아 있다”며, “정부는 한 분 한 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 약속했다.

 이어 “그 무엇으로도 지나간 설움을 다 풀어낼 수 없겠지만, 정부는 추가 진상조사는 물론,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배상과 보상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3평화공원 내 기념관의 ‘여전히 이름을 갖지 못한 백비’를 거론하면서 “비어있는 비석에 어떤 이름이 새겨질지 모르지만, 밝혀진 진실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되찾은 명예는 우리를 더 큰 화합과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이끌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마침내 제주에 완전한 봄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 서로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읍시다”라고 권유하며 추도사를 마쳤다.

 이날 추념식은 비날씨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내 행사로 기획되면서 참석 인원에 대한 제한을 두고 4.3유족 및 4.3관련 단체 대표 등 70여명만 참석해 봉행되었다.

 특히 역사상 최초로 서욱 국방부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참석해 ‘군경 최고 책임자의 4·3추념식 첫 참석’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 여·야 정당 대표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장관,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등이 추념식에 자리를 함께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 의장대와 군악대가 행사 지원차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73주년 제주4‧3 추념식 추도사' 전문이다.

 

 ▶ 제73주년 제주4‧3 추념식 추도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73주년 4·3희생자 추념일,

 제주 전역에 봄비가 다녀가고 있습니다.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이

 비와 함께 씻겨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도 함께했습니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공식 추념식 참석은 사상 처음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첫 걸음인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군과 경찰의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서

 포용과 화합의 마음으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국가가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릴 수 있기를 바라며,

 국민과 함께 4·3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오늘,

 '4·3특별법'의 개정을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다행입니다.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 지원 방안을 담았습니다.

 특별법 개정으로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죽음과

 이중 삼중으로 옭아맨 구속들이 빠짐없이 밝혀질 때,

 좋은 나라를 꿈꿨던 제주도의 4·3은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의 자리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 개정된 특별법은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입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정부는 4·3영령들과 생존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설계도를

 섬세하게 다듬고,

 성실하게 이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4·3에는 두 개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이 담긴 역사이며,

 평화와 인권을 향한 회복과 상생의 역사입니다.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 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습니다.

 그러나 4·3은 대립과 아픔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제주도민들은 서로를 보듬고 돌보며

 스스로의 힘으로 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화해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결하며

 평화와 인권을 향해 쉼 없이 전진했습니다.

 가재도구조차 남김없이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은

 이웃 마을의 도움으로 품삯을 얻어 생계를 이어나가고,

 목수를 빌려 새로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가까운 친척과 이웃이 키웠고,

 나무하기, 밭갈기, 제사와 결혼식, 학교 세우기 같은 큰일은

 마을이 함께 힘을 모아 치렀습니다.

 육지로 떠난 이들도, 심지어 타국으로 떠난 이들도

 물건과 돈을 보내 고향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상생의 정신으로 서로를 일으켜 세웠고,

 마침내 4·3의 진실을 깨울 수 있었습니다.

 반세기 만에 금기를 풀고,

 김대중 정부에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용기를 낸 증언과 행동이 지속되었기 때문입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고,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공식 사과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우리 정부에서

 4·3의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세월 흔들림 없이 이웃과 함께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이번 '4·3 특별법'의 개정 역시

 4·3을 역사의 제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해

 모든 산 자들이 서로 손을 잡았기에 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을 포함한

 124개 기관과 단체,

 종교계, 학생, 정당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제주도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4·3 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을

 출범시켜 힘을 모았습니다.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 협의회',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가 특별법 개정에 한 목소리를 냈고,

 전국 곳곳의 시도의회에서도 각각 촉구결의안을 채택해

 제주도민의 염원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국회도 여야 없이 힘을 모았습니다.

 '4·3 특별법' 개정이 여야 합의로 이뤄진 것은

 21대 국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주신 각계각층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국민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이번 특별법 개정으로 1948년과 1949년 당시

 군법회의로 수형인이 되었던 이천오백서른 분이

 일괄 재심으로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열렸습니다.

 이미 2019년과 작년, 두 차례의 재심을 통해

 생존 군법회의 수형인 스물다섯 분이 무죄선고를 받고

 70년 세월 덧씌워진 굴레를 벗으신 바 있습니다.

 지난달 16일에는

 행방불명 수형인 삼백서른세 분과,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두 분이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살인적 취조와 고문을 받은 뒤

 이름만 호명하는 재판 절차를 거쳐

 죄인의 낙인이 찍힌 채 살아온 70여 년,

 어린 소년들이 아흔 살 넘은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무죄'라는 두 글자를 받아안게 되었습니다.

 가족을 잃고, 명예와 존엄, 고향과 꿈을 빼앗긴

 이천백예순두 분의 특별재심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정부는 한 분 한 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지나간 설움을 다 풀어낼 수 없겠지만,

 정부는 추가 진상조사는 물론,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배상과 보상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도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유가족이 많습니다.

 며칠 전 가시리에서 유해를 발굴한 세 분을 포함해

 지금까지 유해로 돌아오신 사백여덟 분 중 이백일흔다섯 분은

 아직까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유해 발굴 사업과 함께 유전자 감식을 지원하여

 반드시 고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4·3트라우마센터'가 시범 운영되고 있고,

 개소 9개월 만에 1만2천여 분이

 트라우마센터를 다녀가셨습니다.

 희생자 어르신들과 유가족들께서

 다시 떠올리기 싫은 그 날의 기억들을 꺼내놓고,

 혼자 안고 살아야 했던 응어리를 풀어가신다니

 늦게나마 보람 있는 일입니다.

 상처 입은 분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애써주신

 제주 4·3평화재단과 4·3트라우마센터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부는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대로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하고,

 많은 분들의 아픔이 온전히 치유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3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4·3평화공원 내 기념관에는

 여전히 이름을 갖지 못한 백비가 누워있습니다.

 제주도에 일흔세 번째 봄이 찾아왔지만,

 4·3이 도달해야 할 길은 아직도 멀리 있습니다.

 비어있는 비석에 어떤 이름이 새겨질지 모르지만,

 밝혀진 진실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되찾은 명예는

 우리를 더 큰 화합과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이끌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마침내 제주에 완전한 봄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 서로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읍시다.

 감사합니다.

 

대통령  문  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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